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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갑을 많이 떠세요.” 이태호 작가의 글쓰기작가만나보기 2025. 8. 16. 14:14
write이 만난 일곱 번째 writer는 배달의민족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계신 이태호 작가님입니다. 태호님은 TBWA KOREA에서 7년간 카피라이터로 일하신 경력이 있으신데요. 카피라이터와 마케터의 글쓰기는 어떻게 다른지, 최근에 출간하신 책은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시는지, 글쓰기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인터뷰에서 확인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카피라이터로 일을 시작해서 현재는 브랜드 마케터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고 항상 라이팅이라는 무기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이태호입니다. 브랜드의 여러 문제를 라이팅으로 파이팅 하고 있다고 소개하곤 합니다.(웃음)
이태호 작가님 현재 우아한형제들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계신데요. 소속된 팀과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저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소속된 팀 이름이 꽤나 펑퍼짐한데요. 그렇기 때문에 넓게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넓은 부서라고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브랜드 마케터라고 하면 멋진 모델을 섭외해서 캠페인 광고를 찍거나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PR 하는 일들을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와 저희 팀은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가져야 할 전반적인 보이스와 비주얼 톤, 조금 더 나아가서 철학이나 코어를 탐색하고 고민하는 팀이에요.
기업 브랜딩을 달리기에 비유한다면 저희가 하는 일은 100m나 2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에 참여하는 팀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서비스 배달의민족. 국내 배달 1위 앱이다. 최근에 집중하고 계신 업무는 무엇인가요.
아직 많은 얘기를 해드릴 순 없지만 최근에는 리브랜딩 업무에 집중하고 있어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출범한지 벌써 15년 정도가 되었는데요. 배민이 처음 나왔을 때와 지금은 사이즈도 너무 달라졌고 시대도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브랜드 정체성에 담아내려면 어떻게 할지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TBWA KOREA에서 7년간 카피라이터로 일하셨어요. 카피라이터는 무엇을 쓰는 사람인가요?
광고주가 시키는 모든 걸 다 쓰는 게 카피라이터죠.(웃음)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TV 광고부터 유튜브 광고, 라디오 광고까지 정말 많은 광고를 담당했어요. 제품 광고 슬로건, 태그 라인, 한 번은 광고를 담당했던 가구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 팜플렛 카피도 썼고요. 가구가 전시되었을 때 제품 앞에 놓이는 작은 배너의 카피도 써봤습니다.
사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에 가까웠던 것 같고 심지어 제가 담당했던 광고주의 CEO레터나 창립 기념 행사 때 공개되는 영상에 들어갈 카피를 써야 하는 일도 있었어요. 그때는 쓰면서 ‘이걸 내가 왜 써야 하지’ 이런 생각을 했는데 최근에 제가 그걸 대행사에 요청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TBWA의 한국지사인 TBWA KOREA 정말 넓은 스펙트럼의 카피를 쓰셨네요. 이 카피들을 쓰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크게 두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요.
첫 번째는 어떤 브랜드에도 깊게 들어가기 어렵다는 점이죠. 아침에는 화장품 브랜드 카피를 고민하느라 섬세하고 감성적인 사람이 되요. 오후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경쟁 PT에 들어가기 위해서 갑자기 DC 주식 갤러리를 뒤지는 사람이 되는 거죠. 그러다가 하루 일과가 끝나면 쉬지도 못하고 내일 아침까지 제출해야 할 과자 브랜드 카피를 써요. 그런데 단순히 품목이 다른 게 아니라 카피를 쓰기 위한 화법과 맥락이 한순간에 바뀌어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하나의 브랜드에 깊게 몰입하기가 어려웠어요.
두 번째는 나를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거. 쉽게 말하면 하기 싫은 브랜드, 도메인도 담당해야 한다는 거죠. 하나의 예로 TBWA에 있을 때 아는 선배에게 세스코라는 브랜드가 담당으로 떨어졌어요. 그런데 본인은 바퀴벌레가 너무 싫어서 이 브랜드 안 하게 해달라고 사정사정했던 일이 있었어요. 이 정도는 사실 귀여운 케이스에요. 열심히 노력해서 카피라이터 딱 되었는데 처음 담당하는 업체가 대부업일 수 있거든요. 이게 단순히 내가 하고 싶고 아니고를 떠나서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까지 흔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그런데 카피라는 건. 글이라는 건 내 자신과 완전히 때고 생각하기 어렵거든요. 본인의 철학, 가치관과 맞지 않는 브랜드의 카피를 써야 할 때 본인을 많이 내려놔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죠.
저도 대행사에서 마케터로 일할 때 겪었던 비슷한 일화들이 떠오르네요.
요즘은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이 없지만 예전에는 ‘카피라이터는 자본주의의 첨병이다.’라는 표현을 써서 폄하하는 경향도 있었어요. 한때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일 소비하면서 사는데 그런 게 어딨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부정적인 늬앙스를 제외하고는 정말 맞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신입 때 유독 힘드셨다고요.
신입 때 거의 반년은 혼났던 기억뿐인 것 같아요.(웃음)
카피라이터로 입사한 분들은 그래도 자기 살던 동네에서 글로 방귀좀 껴본 사람들이거든요. 주변에서 ‘너 글 잘 쓴다.’얘기도 들어보고 학창 시절에 백일장 같은데 나가서 수상도 한 번 해보고요. 그런데 이제 특정 매체에 고객을 위한 글을 써본 적은 없는 거죠. 대학교 동아리나 공모전에서 써봤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완전히 달라요. 엄청나게 많은 제약 안에서 창의적인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또 그게 광고주 마음에도 들어야 하니까요.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익숙해지려면 수련 기간이 필요하더라고요.
한편 카피라이터로서 뿌듯한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물론 경쟁 PT에서 이기거나 제 카피가 채택되면 뿌듯하죠. 그런데 전 오히려 주니어일 때 제 카피가 팀장님 자리로 가냐 못 가냐가 결정되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요즘은 아이디어 피칭을 할 때 당연히 피그마나 키노트 같은 툴을 써서 모니터 화면으로 볼텐데요. 제가 주니어일 때는 카피를 써서 전부 종이로 뽑았어요. 10장 뽑아오는 사람도 있고 20장 뽑아오는 사람도 있었죠. 그리고 그걸 죽 깔아두면 팀장님이 보시고 마음에 드는 건 가져가시고 아닌 건 그 자리에 남아요. 그럼 남은 카피들은 전부 이면지함으로 갔습니다.(웃음)
정말 직관적이면서도 슬픈 이야긴데요?
물성이 엄청 느껴지죠? 고민한 카피를 명조체로 적어서 한 장씩 써 냈는데 그중에 내 카피가 팀장님 책상으로 갈 때 진짜 뿌듯하고 기분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태호님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배민 사내 구성원용 ’명확한’카피 문구 스티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썰을 들려주세요.
아까 신입 때 엄청 혼났다고 했잖아요. 특히 저를 많이 혼내셨던 선배가 있었는데 이리저리 팀이 바뀌다가 2년 넘게 지나서 다시 그 선배랑 딱 같은 팀을 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그때 <1987>이라는 영화 포스터 카피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 선배한테 내가 성장했음을 인정받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이 악물고 썼고 글자 수까지 맞춰서 “시절이 차가울수록 우리는 뜨거워졌다.”라는 카피를 썼고 선배가 정말 좋아해 주셨어요. 그 일이 아직도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배민 브랜드 마케터로 일할 때 글쓰기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마케터로 일하면서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카피라이터일 때는 말 그대로 ‘카피’만 잘 쓰면 됐거든요. 그런데 마케터는 메일부터 슬랙, 앱스토어 업데이트 문구, 서비스 이름, 배너 카피, 유의사항 문구나 쿠폰 이름까지 정말 글을 쓰지 않는 순간이 없어요.
심지어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어 있거나 메신저 소통이 활발한 스타트업 같은 경우는 업무를 하는 1분 1초가 글 쓰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발전하는 AI도 결국 글쓰기를 통해서 사용하고 있고요.
맞아요. ChatGPT가 처음 나왔을 때 이제 글 쓰는 사람 다 망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글을 잘 쓰면 좋은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좋은 그림이 나오고, 영상이 나오는 시대가 되었죠. 글쓰기는 정말 기초 체력 중에 기초 체력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배민에서 글쓰기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을까요.
배민에서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 중에 결식 아동들에게 방학 때 도시락을 전해주는 ‘배민방학도시락’이라는 활동이 있어요. 몇 년 동안 꾸준히 활동을 했는데 성과가 다소 미진해서 사회공헌팀이 저희 브랜드조직에 도움을 구하러 오셨어요.
팀원들과 논의를 통해 후원자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처음에 ‘밥이모’, ‘밥삼촌’이라고 이름을 붙여주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는데 듣기에 친근하고 귀엽더라고요. 그런데 좀 더 얘기를 하다 보니 구성원 중에 누군가는 자기는 이모가 아니고 고모라고 하는거에요. 그리고 또 누군가는 자기는 아직 이모나 삼촌이라는 호칭을 들을 일이 없다는 거죠. ‘후원자가 꼭 나이가 많지 않을 수도 있고 형이나 누나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논의가 이어지면서 최종적으로 ‘밥친구’로 이름을 정했어요.
요즘 유튜브에서 많이 쓰는 단어이기도 하고 밥이모나 밥삼촌보다 더 의미도 있는 것 같아서 좋은 디벨롭 케이스였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사회공헌팀의 성과도 소폭 올랐다고 합니다.(웃음)
태호님이 카피에 참여하신 배민방학도시락. 배달의민족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다. 카피라이터에서 마케터로, 최근에는 책을 내시면서 작가가 되셨는데요. 글쓰기라는 도구가 각각의 직무에서 어떻게 다르게 쓰였나요.
카피라이터로 일할 때는 글을 대하는 태도가 문학적이었던 것 같아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고 학습한 기본기가 문학에 있었기 때문인데요. 덕분에 내 문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표현이 얼마나 유효한지를 많이 고민하고 소설, 시, 영화나 드라마 대사에 많이 빠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케터가 되면서는 달라졌어요. 정말 고객에게 잘 도달하는 카피인가,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인가가 중요해졌죠. 요즘은 다른 앱에서 쓰는 푸시 문구, 유튜브 댓글, 프로모션 행사나 쿠폰 문구같이 살아있는 말들에 더 관심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마케터는 실용적이고 카피라이터는 아니다. 이런 건 아니고 카피라이터는 나무를, 마케터는 숲을 보는 쪽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책을 쓰면서는 어떻게 느끼셨나요.
내가 훨씬 더 마케터가 되었구나. 하고 느끼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카피라이터일 때 이 책을 봤다면 기분이 안 좋았을 거예요.(웃음) 첫 장부터 나오는 말이 “당신의 카피는 편의점 1+1을 이길 수 있나요?”거든요. 근데 이길 수 없어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마케터거든요. 반대로 제가 카피라이터 때는 무조건, 어떻게든 카피로 이기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물론 그 자세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전하는 자세. 그런데 지금의 저는 못 이긴다고 인정하고 그럼 어떻게 숫자와 카피를 더 써먹을까 고민할 것 같습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2025년 5월에 『이 카피 누가 쓴 거예요?』 라는 책을 출간하셨어요. 책 소개 좀 해주세요.
가상의 IT기업에서 일하는 T라는 인물과 F라는 인물이 등장해요. What to say의 영역인 T, How to say의 영역인 F를 구분해서 설명하고 T와 F가 서로 얘기를 이어가며 T적 사고와 F적 사고를 섞어보게 되고 마지막에는 통합되는 에피소드 방식의 책이에요.
배민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교육팀 중 한 분이 제 카피를 눈여겨 봐주시다가 사내 구성원 대상으로 강의를 해보시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어요. 보통의 저였으면 거절했을법한데 제가 마침 일한 지 딱 10주년이 되는 해였어요. 그래서 이건 일종의 계시다. 내가 해온 것들을 한 번 정리해 보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강의를 진행했는데 타부서의 마케터 한 분이 강의가 너무 좋아서 꼭 책으로 내달라고 부탁하신 거죠. 저는 원래 남이 해보자고 해야 움직이는 수동적인 인간인데, 계기가 계속 마련되다 보니 책까지 출간한 능동적인 인간이 되었네요.
태호님이 쓰신 책, 『이 카피 누가 쓴 거예요?』 어떤 분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일까요.
책 맨 뒤에 “선배 없이 카피 쓰는 요즘 마케터들을 위한 문장력 트레이닝”이라고 써있는데요. 좋은 카피를 빠르게 써내야만 하는 이 땅의 모든 바쁜 마케터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가 TBWA에 다닐 때는 카피를 도제식으로 배웠어요. 7년은 카피 써야 좀 쓸 줄 안다는 소리를 듣는 시대였죠. 처음에는 진짜 어이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숨이 멎을 만큼 맞는 말이에요.(웃음)
그런데 요즘 IT업계나 스타트업에서는 그렇게 배우기 쉽지 않죠. 선후배의 개념도 흐리고 일단 충분한 연차를 가진 선배도 많지 않고요. 그런 상황에 처한 요즘 마케터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카피를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카피라이터, 마케터, 기획자 모두에게 동일할 텐데요. 좋은 카피란 무엇일까요?
이건 진짜 뭐 답이 없는데요.(웃음) 오늘의 이태호에게 물어본다면 딱 떠오르는 말은 있어요.
제가 주니어일 때 선배가 항상 “카피를 억지로 쥐어짜지 말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말을 써”라고 하셨거든요.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어요. 쥐어 짜도 나올까 말까 한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써. 사실 힘 빼라는 말이 듣기엔 멋있어도 제일 어렵잖아요.
근데 이제야 그 말을 좀 알 것 같고 저도 조금은 힘이 풀린 것 같아요. 풀어서 설명하자면 현장에 있는 말을 가져다가 쓰면 가장 쉽게, 힘 풀고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시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직장인들 대상으로 커피 조공차를 보낸 적이 있어요.
커피도 드리면서 쿠폰도 한 장 드리는 이벤트였는데 쿠폰에 뭐라고 적으면 좋을까 고민이 있었죠. 그냥 ‘3천 원 쿠폰’이라고 적을 수도 있지만 뭔가 기분 좋은 한 문장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때 딱 넣은 문장이 “밥 먹고 합시다!” 였어요. “여러분 힘내세요”이런 거 말고 진짜 현장에서 툭 던질 것 같은 말. 그렇게 활어처럼 살아서 팔딱팔딱 뛰는 카피가 힘이 있고 좋은 카피인 것 같습니다."밥먹고 합시다!" 카피가 들어간 삼천원 쿠폰 좋은 카피를 쓰기 위한 태호님만의 팁도 궁금합니다.
이거 진짜 도움이 안 되는 팁일 것 같은데 공감은 하실 것 같아요. 카피는 마감이 만든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불변의 원칙인 것 같아요. 하나마나 한 말이지만 또 반박불가죠. 한가하고 시간이 많을 때 좋은 카피가 나오면 좋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더라고요. 카피라이터 입장에서 ‘카피 내일까지 될까요?’도 싫지만 ‘일주일 뒤에 주세요’도 싫어요.
핼 스테빈스라는 전설적인 카피라이터가 쓰신 카피 『카피 공부』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에 카피와 관련된 천 개의 격언이 들어있어요. 그 격언 중에도 “가장 좋은 카피는 가장 바쁠 때 나온다. 한가하려고 하지 마라”라는 늬앙스의 말이 나와요. 저는 이게 진짜 맞다고 생각하고 좋은 카피를 쓰고 싶다면 너무 미리 쓰지 말고 머리로만 생각하다가 제출하기 딱 몇 시간 전에, 혹은 30분 전에 쓰는 게 저의 팁입니다.
업무를 위한 글 말고 개인적인 글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낮에는 직장인이고 밤에는 육아인이에요.
10년 동안 글을 쓰면서 억지로 쓰려면 진짜 안 써지는데 컵에 물이 넘치듯 제 안에 쓰고 싶은 것들이 넘치면 진짜 쉽게 써진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육아를 하면서 얼마나 넘치는 게 많겠어요?
그래서 밀리의 서재 밀리 로드라는 도전 코너에 ‘그 남자는 왜 지가 입덧을 했을까’라는 제목의 육아 에세이를 연재했어요. 제가 실제 경험한 것들, 예를 들면 남성 입덧 같은 주제로 글을 써서 순위권에도 들고 밀리의 서재 유튜브에 출연도 했습니다. 현생이 바빠서 잠시 쉬고 있었는데 최근에 둘째를 낳으면서 샘솟는 글감을 글로 풀어보고 추후에 가능하면 출간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로부'라는 필명으로 글을 연재하셨던 태호님의 밀리로드 인터뷰 영상 write은 사진이 없고 서로의 글만 볼 수 있는 ‘글쓰기 데이팅’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데이팅앱인데요. 태호님이 보셨을 때 흥미로운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write은 일반적인 데이팅앱과 반대로 작동하는 거잖아요? 보통은 겉을 먼저 보고 속을 알아가는데, write은 속을 먼저 알아보자는 방향성이니까요.
저는 write을 보자마자 <어바웃 러브>라는 영화가 생각났어요. 처음에 남여 주인공이 지하에서 얼굴을 보지 못하는 상태로 얘기를 이어가다가 딱 지상으로 올라와 처음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write이 그 순간의 쾌감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인 앱들과 반대로 작동한다는 점, 그리고 블라인드 소개팅의 느낌을 앱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색인이 서비스하는 데이팅앱 write. 사진이 없는 글쓰기 데이팅을 표방한다. 누구에게 추천하실 수 있을까요?
극장보다 서점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인스타그램보다 스레드나 트위터가 편한 사람들. 아무리 비싼 선물이라 할지라도 편지가 빠진 선물은 무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태호님께 글쓰기란 뭔가요?
억지로 쓸 수 없고 넘쳐흘러야 쓸 수 있어요. 경험, 상품, 서비스가 좋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차오르고 감동이 있어야 제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글쓰기는 호들갑이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호들갑을 많이 떨어야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쓰는 사람이 너무 침착하면 읽는 사람은 쓰는 사람이 느낀 것의 반의반도 느낄 수 없거든요. 잡지 에디터들이 시계 하나 소개하는데 온갖 철학가들을 출동시키고, 먹방 유튜버들은 가는 식당마다 인생맛집으로 등극시키잖아요. 그런 호들갑이 글쓰기에 필요하고, 본인이 호들갑을 느꼈을 때, 호들갑이 떨고 싶어질 때를 많이 포착했다가 그걸 글로 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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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작가님 Contact Point
링크드인: https://www.linkedin.com/in/taeho-lee-3901541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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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데이팅앱, write에는 사진이 없습니다. 온전히 글쓰기를 통해 여러분의 매력을 드러내고 상대방의 매력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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