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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자유로움입니다." 채소라 작가의 글쓰기작가만나보기 2024. 12. 18. 15:42
write이 만난 다섯 번째 writer는 맥스무비와 크로노스에서 에디터로 일하셨고 지금도 계속해서 글쓰기를 이어가고 계신 채소라 작가님입니다. 소라님이 에디터로 일하면서 어떤 점을 배우셨는지, 계속 쓰실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인터뷰에서 확인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에디터 채소라입니다. 영화, 시계 전문 매거진 회사에서 영화와 시계를 소개하는 일을 했어요. 지금은 영화진흥위원회 Kobiz(Korean Film Biz Zone)에 가끔 한국 영화 뉴스를 쓰고 취미로 영화 리뷰,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첫 회사로 맥스무비에 다니셨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대학교 시절 교수님의 추천으로 두 달 정도 소정의 식사료 정도만 받는 인턴으로 일했어요. 그리고 졸업하면서 인턴도 끝났는데 3월에 맥스무비 편집장님이 다시 저를 불러주신 거죠. 인턴 기자로 일해보지 않겠냐고.
고민 없이 입사하셨나요?
뉴시스라는 다른 회사 정직원으로 최종 면접만 남은 상황이었어요. 뉴시스는 정직원으로 입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고 맥스무비는 인턴이니까 조금 고민이 됐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상담을 요청했는데 아빠가 쿨하게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봐”라고 해주셔서 냉큼 입사했죠.
사실 물어보나 마나 가고 싶은 곳은 맥스무비였어요. 한두 달 일해보면서 ‘이런 일을 하는데 돈을 준다고?’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웃음) 내가 좋아하는 영화 보고 기사를 쓰는데 돈까지 준다니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었죠.
맥스무비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처음에는 선배들이 인터뷰에서 녹취해온 내용을 하나하나 들어서 문서로 만들고 배급사랑 홍보사에 연락해서 자료 수급하는 일들을 했습니다. 인간 클로바였죠.(웃음) 영화가 개봉하고 배우와 감독이 홍보를 돌면 저도 따라다니면서 연예인도 많이 만났어요. 배우들 인터뷰를 해보면 톱스타임에도 굉장히 자기 일에 있어서 진지하고 직업 정신이 있는 모습들이 보여서 많이 배우기도 했던 것 같아요.
일하면서 좋았던 점은 매주 개봉작을 챙겨 봐야 한다는 거였어요. 어차피 보고 싶은 영화인데 이게 일이니까 좋았어요. 약간 덕업일치였달까요.
입사하고 경험해 보지 못했던 양과 퀄리티의 글을 써내셔야 했을 것 같은데요. 당시 소라님의 글쓰기는 어떠셨나요?
형편없었죠.(웃음) ‘편집장님이 나를 왜 다시 부르셨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형편없었던 것 같아요.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도 없었고 블로그에 혼자 감상문 쓰는 정도의 글 밖에 안 써봤으니까요.
제가 쓴 기사를 보고 선배가 이 맥락은 어디서 나온 거고 이 문단은 왜 쓴 거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했어요. 매일매일 기사 쓰면서 혼나고 데스킹*으로 첨삭 받으면서 글쓰기를 배웠던 것 같아요.
편집장님이 인생 첫 글쓰기 스승님이라고 생각해요. ‘글 쓰려면 개요부터 써봐라. 한 줄 다음에 한 줄, 이 문장 다음에 이 문장이 왜 나왔는지를 생각해 봐라.’ 이런 기초적인 것들을 많이 알려주셨죠.
*언론사에서 선배나 최종 담당자가 기사를 수정하거나 편집하는 일
엄청 스파르타로 배우셨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방법론도 있나요.
매일 자기가 생각하는 좋은 기사를 3개씩 뽑아오라고 한 적이 있어요. 정말 쉽지 않아서 울면서 출근했던 시기였어요.(웃음) 그런데 그때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회사에서 할 일이 아니거든요. 학교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그때 박스오피스 기사, 리뷰들 찾아보면서 많이 배웠죠.
그다음 커리어는 어떻게 이어가셨나요.
그렇게 3년 정도 맥스무비를 다니다가 개인적인 의문이 생겼던 것 같아요. 내가 영화를 좋아해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지 글쓰기가 좋아서 이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요. 그래서 그만두고 신문사, 소품샵에서 에디터도 해보고 소규모 영화제 홍보 담당자도 해봤어요. 그렇게 이런저런 글쓰기 일을 하면서 2년 정도 지나고 그다음 2년은 필름다빈이라는 독립 영화 배급사에서 홍보 마케팅을 담당했어요.
필름다빈에서는 기존과 조금 다른 일을 하셨겠어요.
영화를 홍보하는 마케팅 기획안부터 보도 자료 작성, 포스터나 예고편 같은 선재물 관리 등 결은 달랐지만 계속 쓰는 일을 했어요. 포스터에 들어갈 카피를 쓰는 일도 했었는데 담당했던 영화 중에 <축복의 집>이라는 엄청 다크한 영화 포스터에 ‘아무도 모르게 허물어진’이라는 카피를 넣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이 문구를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셔서 저를 볼 때마다 감사 인사를 해주셨는데 그때 많이 뿌듯했죠.
그리고 크로노스로 이직하셨군요.
그때쯤에는 확신이 조금 생겼던 것 같아요. 영화가 아니어도 글 쓰는 일은 계속해야겠다는 확신이요. 크로노스에 어떻게 합격했는지 돌아보면 크로노스 편집장님이 저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 있으셨던 것 같아요. 영화 하다가 시계로 넘어오는 사람이 많지는 않으니까요.
기존에 하셨던 일과 많이 다르던가요?
시계의 브랜드 스토리를 풀어서 쓰는 부분이나 제품을 리뷰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비슷했던 것 같아요. 페이지 구성이나 콘텐츠 구성도 비슷한 면이 있고요.
입사 초기에 해밀턴이라는 브랜드와 친해지는 계기도 있었는데요. 이 브랜드가 100년 정도 헐리웃에 시계 소품을 납품하는 회사에요. 헐리웃 스튜디오에 상주 직원이 있고 영화사가 원하는 유형의 시계를 기획부터 제작까지 담당하는 회사였어요. 제가 영화 일을 했었다 보니 이런 배경을 살려서 관련된 기사를 쓰는데 수월했고 업계에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다른 점이나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전문 용어도 어려웠고 브랜드와 제품별로 쌓여있는 역사와 이야기를 아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시계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사업이라 동호회도 있고 팬들도 있어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이런 것들을 저도 알고 써야 하니까 공부가 많이 필요했죠.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기본적으로는 브랜드 담당자에게 물어보고 시계 마니아인 기자 지인, 전문가분들께 많이 물어봤던 것 같아요. 당연히 브랜드 홈페이지도 지속적으로 찾아보고 편집장님께도 질문을 많이 했어요. 계속 보고 눈에 익히는 거죠.
맥스무비와 크로노스는 소라님께 완전히 반대되는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요. 어느 쪽이 더 어려우셨나요?
맥스무비 때는 좋아하는 주제였지만 글이 부족했고, 크로노스 때는 비교적 글은 늘었지만 모르는 주제여서 둘 다 어려웠어요. 다만 지금을 기준으로 한다면 글을 쓸 줄 알아도 애정과 관심을 계속 주면서 뭘 써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계 쪽이 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채달볶이라는 에세이 뉴스레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을까요?
꾸준히 쓰는 걸 목표로 시작했어요.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인데 회사에서 써야 하는 글이 아닌 글도 계속 쓸 수 있어야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할 말이 많다면 인스타그램보다는 제대로 된 긴 글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목표는 달성하셨을까요.
일단 1년 동안 꾸준히 썼기 때문에 1차적인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제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친구가 제 글은 부담 없이 읽혀서 밀리지 않고 보게 된다는 말을 해주었을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
글이라는 게 20%는 제 만족이지만 80%는 읽는 사람에게도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서도 목표가 어느 정도는 달성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6년 정도 꾸준히 써오셨는데 이렇게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제가 엄청 목표 지향적인 사람은 아니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글을 쓰다 보니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되었고, 알게 됐으니까 계속 써보자. 이런 흐름인 거죠. 그렇게 계속 쓰다 보니 내가 가진 기술은 글쓰기가 되었고 그럼 이제 이걸 놓으면 안 되겠다. 이렇게 계속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신 건 언제부터일까요.
대학생 때 캠퍼스 씨네21이라는 잡지 객원 기자로 일했을 때인 것 같아요. 처음으로 글을 써서 원고료를 받아본 경험이죠. 맥스무비 때도 그렇지만 이때도 굉장히 재미있게 썼어요. 어딘가에 제가 쓴 글이 결과물로 남는다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글쓰기를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도 처음 하게 되었고요.
갈수록 글쓰기는 중요성이 높아진다고 느껴요.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까요?
이건 그냥 개인적인 방법인데요. 저는 조금씩 조금씩 차분하게 써 나가는 건 못해요. 초고를 쓸 때 한자리에 앉아서 끝내고 아예 잊어버리고 있다가 마감 전날 열어서 처음 보는 느낌으로 퇴고하는 거. 이게 제 방식인데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라님이 영감을 얻으시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저에 대한 호기심이 제 영감이에요. 난 이런 사람이구나, 내가 이럴 때 이런 걸 어려워하는구나 이런 부분을 발견하는 일이요. 물론 글을 안 썼어도 비슷했겠지만 글을 쓰면서 나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것 같고 그러면서 또 계속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만들고 있는 write이라는 글쓰기 데이팅앱에 대한 생각도 알려주세요.
글을 통해서 직접 관계를 맺는 서비스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작가와 독자의 관계만 있었다면 write은 글을 매개로 서로가 1:1의 관계를 맺고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내가 뭔가를 숨기고 싶은 마음조차 숨기지 못하는 게 글이거든요. 그래서 진짜 솔직한 만남이 가능한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가 소라님께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유로움인 것 같아요. 이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게 참 없는데 글은 제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까요. 글 쓰는 사람은 내가 뭘 쓰고 싶은지 알거든요. 쓰고 싶은 것을 쓴다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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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라 작가님 Contact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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