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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하세요." 한기용 작가의 글쓰기작가만나보기 2024. 10. 7. 08:38
16년 동안 쌓아온 회고 글이 자산이 되고, 그 글들로 책까지 출간하게 되셨다는 한기용님을 세 번째 writer로 만나보았습니다. 다양한 SNS에서 많은 직장인들에게 유익한 인사이트를 주고 계신 기용님이 글쓰기의 영감을 어디서 얻으시는지,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써오실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인터뷰에서 확인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기용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삼성전자에서 5년간 일하다가 30대 초반에 미국 실리콘밸리로 넘어갔습니다. 24년의 커리어 기간 동안 검색 엔진 개발, 데이터 팀 빌딩, 스타트업 투자, 멘토링 코칭 등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어요.
더불어 지금까지는 개발자로 살아왔지만 앞으로 남은 20여 년의 커리어는 창업자의 정신 건강과 관련된 일을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최근에 출간하신 책의 인기가 뜨겁다고 들었는데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책 출간은 이번 『실패는 나침반이다』까지 6번째인데 그전까지는 전부 기술 서적이었어요. 그래서 책 쓰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크게 돈이 되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다 보니 내 커리어를 되돌아 보고 정리하는 하나의 이벤트로서 책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전까지는 책을 이용해서 돈 벌려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욕심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위해 썼습니다. 내가 보기에 괜찮아도 독자들의 반응은 항상 다르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보니 ‘독자는 나다.’라고 생각하며 썼고 덕분에 힘이 좀 덜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실패는 나침반이다』는 본인의 커리어에 불안감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실패해도 괜찮고 시간이 낭비되는 것 같아도 괜찮다. 본인들은 나이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시간 있다. 이런 얘기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말씀하신 부분들이 독자들에게도 닿아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와 스타트업에 긴 시간 몸담으셨는데 글쓰기는 기용님께 어떤 의미였나요?
커리어가 길어지면서 내가 모든 사람과 말로 소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느 시점에서는 내가 쓴 글이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현란하게 쓰는 것 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고 글쓰기의 중요성도 체감했죠.
특히 제가 한국어로만 일했다면 글쓰기의 중요성을 그렇게 까지는 느끼지 못했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 영어로 구성원들과 소통을 하려고 하다 보니 내가 네이티브처럼 말할 순 없으니 글쓰기에 더 신경 쓰게 된 것 같아요.
오랫동안 글쓰기로 회고도 해오셨다고요.
16년 정도 회고를 글로 썼어요. 오랫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퍼스널 브랜딩에도 도움이 되었고 그 회고 글 자체가 자산이 되었죠.
회고 글을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에 하나씩 올리면서 글이 정제되고 또 그렇게 쓴 글을 모아서 『실패는 나침반이다』도 쓰게 된 거기 때문에 책을 쓰는 과정도 많이 어렵지 않았죠.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커리어가 길어질수록 본인이 무슨 일을 했고 무슨 경험을 했는지 기록해두는 것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고 그 도구로 글쓰기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 덕분에 생긴 에피소드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제가 쓴 글을 보고 연락을 받았던 적이 많았죠. 연락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한 가지는 글을 보고 컨설팅이나 강의를 요청하는, 그러니까 저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의 연락이 있고요. 한 가지는 제가 쓴 글에 도움을 받았다는 연락도 있어요. 최근에도 제가 쓴 글을 보고 회사에서 처음으로 승진에 대한 요청을 해봤고 결과적으로 승진하게 되었다는, 그래서 감사하다는 연락도 있었어요.
커리어와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코로나 시기 전까지는 제가 회고한 것들을 공개적으로 올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코로나 시기에 심심하니까 페이스북에 회고한 내용을 올려서 친구들이랑 얘기나 하려고 2020년 3월쯤부터 올리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반응도 좋고 글을 보고 도움이 되었다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이 내용으로 책 쓰면 사겠다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럼에도 꾸준히 쓰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꾸준히 쓰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제가 창작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희 가족 중에 KBS 드라마 작가가 있는가 하면 제 동생은 지금 개발자인데 만화 작가로 4년 넘게 일하면서 대상을 받은 적도 있어요. 저에게도 그런 창작에 관련된 DNA가 있다는 생각이 있고요.
두 번째는 긴 커리어를 이어 오면서 환경이 어떻든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글쓰기를 좋아하니까 그냥 한 거죠. 저는 지금도 3개월 정도 하다가 말 거면 시작하지 않아요. 우리는 쉽게 3개월쯤 해서 성과가 나기를 바라는데, 3개월 해서 잘 될 것 같으면 세상에 잘하고 잘 된 사람 투성이겠죠.(웃음)
기용님처럼 글쓰기를 해보고 싶은 직장인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일단 제일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작해서 습관이 되는 것.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하려고 하거나 기대를 갖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개인 블로그에 쓰더라도 나름의 규칙을 만들고 컨디션이 좋을 때 만이 아니라 힘들고 기분이 나쁜 날도 쓸 수 있게 만드는 거죠.
두 번째는 나를 위해서 쓰는 글로 시작하는 겁니다. 남을 의식하면 내 글이 안 나와요. 글에 대한 반응으로 일희일비하면 힘들어지거든요.
글쓰기를 통해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된 경우도 있을까요?
강의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나 강연을 해달라는 연락은 굉장히 많이 받았고요. 대기업과 협업해서 컨설팅을 진행할 기회도 있었죠. 출판사에서는 연락이 정말 많이 왔는데 너무 큰 곳이랑 하면 대중적으로 가게 되고, 그러면 제 얘기가 아니라 남의 얘기를 하게 되어서 같이 하지 않은 적이 많아요.
글쓰기의 영감을 얻으시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때 영감을 얻어요. 타인이 가지고 있는 관점은 제 관점과 다르니까요. 1:1이나 다대 1로 얘기할 때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도 자산이 되고, 제가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했을 때 얻어낸 답도 자산이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추천해 준 책을 읽다 보면 또 배우는 게 있어요. 혼자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누구나 인풋이 필요한데, 인풋은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서 오고 그 인풋을 내가 잘 가공하면 글이 된다고 생각해요.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겠군요.
맞아요. 그래서 저는 호기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시면서 어려움은 없으신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독자에 맞춰서 얼마나 디테일하게 쓸지 고민이 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링크드인에 너무 기술적인 얘기를 쓰면 반응이 크게 오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 내가 쓰는 글이 이 매체의 독자들에게 맞는 글인지 고민할 때가 있고 커리어리 같이 독자층이 다른 매체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고 있어요.
또 하나 개인적인 고민은 언어에 대한 것인데요. 글로벌 회사에서 일한 기간도 있다 보니 예전 동료들은 왜 글을 한글로 올리냐는 질문도 많이 해요. 그런데 제가 SNS를 거의 쓰지 않다가 페이스북에서 한글로 올렸던 글을 링크드인으로 옮긴 케이스다 보니 링크드인의 독자들은 거의 다 한국사람이에요. 그래서 한글로 쓰지 않고 영어로 쓰면 반응이 크게 줄어들죠. 그래서 일단 지금은 한국어로 쓰고 있지만 추후에 엑스나 인스타그램처럼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게 된다면 영어로 써보려는 생각도 있습니다.
글쓰기의 노하우나 팁도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나하고 맞는 스타일의 책을 읽는 거에요. 저는 신수정님이 쓰신 『일의 격』이라는 책을 제일 좋아하는데요. KT에서 임원으로 일하시는 분인데, 이분의 글을 보면 전개가 매끄럽고 굉장한 내공을 가지고 글을 오래 써오신 분이라는 게 느껴져요.
저희가 개발 중인 write은 ‘글쓰기 데이팅’이라는, 지금까지는 없던 니치마켓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기용님의 개인적인 생각도 궁금합니다.
데이팅앱에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운 접근이라고 생각해요. 글쓰기와 글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면 공통의 관심사가 확실한 거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흥미롭고 개인적으로도 호기심이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더 잘하고 싶은 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빠르게 시작하고 나만의 스타일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글쓰기는 몇 개월 해서 느는 기술이 아니기에 길게 보고 양적으로 많이 쓰면 질적으로도 좋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고, 글쓰기를 빠르게 시작하는 좋은 방법은 회고라는 점. 회고를 시작하면 내 삶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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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용 작가님 Contact Point
링크드인: https://www.linkedin.com/in/keeyo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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