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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글쓰기는 어떨까?
애플의 제품 상세페이지는 유려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죠. 상세페이지를 펼치면 처음에는 화려한 인터랙션이 가미된 사진과 영상이 눈을 사로잡지만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텍스트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애플은 자사의 제품들을 어떤 글쓰기로 소개하고 있는지 아이폰 15와 아이폰 15 Pro의 상세페이지를 기준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1. 서술형 설명
전자제품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숫자를 활용하는 것이 직관적일 텐데요. 애플은 처음부터 숫자를 들이미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아이폰 15 Pro의 상세페이지에서 마크다운 기준 h4로 쓰여진 중간제목 10개 중 숫자를 활용해 기능을 설명하는 부분은 카메라의 초점 거리와 관련된 내용 하나뿐입니다. 그 외에는 대부분 형용사와 부사를 활용해 서술형으로 기능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중간제목 아래 본문 부분에 비로소 기능에 대한 숫자가 위치하고 그마저도 더 자세히 보려면 버튼을 눌러서 더 보기를 통해 보는 식입니다. 그래서 상세페이지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숫자보다는 설명을 먼저 읽게 됩니다.
- iPhone. 티타늄을 두르다.
- A17 Pro칩. 게임 평정, 괴물 프로세서.
- 상상 이상의 디테일까지 포착해 주는 카메라.
- 초점 거리 120mm의 완벽한 프로급 줌.
- 즐겨 쓰는 기능, 동작 버튼으로 바로.
- 기가 막히게 빠른 기가급 전송.
- 진정 프로다운 배터리 성능.
- 응급 상황에도 든든한 도움이 되는 iPhone.
-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설계.
- iOS 17. 취향을 듬뿍. 연락처를 뚝딱. 스티커를 착착.
2. 나와의 싸움
제가 느끼기에 최근 애플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는 경쟁사 제품들이 이미 가지고 있거나 당연히 제공하고 있는 것들을 애플이 제공할 때 너무 뻔뻔하게 생색을 낸다는 부분인데요. 저는 상세페이지에서 이런 부분이 ‘나와의 싸움’을 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경우에 애플이 상세페이지에서 수치적 비교를 하는 부분은 애플의 과거 제품들과의 비교로 이루어집니다. 그중에서도 1년여 전 나온 전작과의 비교가 아닌 출시된 지 3년 정도가 지난 아이폰 12와 비교하는 내용들도 다수 존재하는데요. 애플은 이런 글쓰기 방식을 통해 본인들의 최신 제품이 본인들의 제품 중 ‘역대 최고’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사실은 그게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죠.
3. 신규 고객보다는 기존 사용자 중심
특히 2번의 특징으로 인해 애플의 상세페이지는 완전히 새롭게 아이폰을 사용하려는 유저보다는 기존에 아이폰을 사용해 봤던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문장들은 끊임없이 ‘향상’되었음을 강조하고 ‘이전’에 비해 어떤 것이 가능해졌는지 말하거든요.
4. 영리한 글쓰기
결론적으로 저는 애플의 상세페이지는 영리하게 쓰여졌다고 생각합니다. 수치를 강조하기보단 형용사와 부사를 사용해 감각적으로 기능을 설명하고 애플의 과거 제품 중에서도 충분히 유의미하게 수치가 차이 나는 제품들을 끌고 와서 비교의 구도 자체를 나와의 싸움으로 만드는 것도 전략적이라고 느꼈습니다.
📌 애플의 글쓰기 정리
1. 형용사와 부사를 활용해 서술형으로 기능을 설명합니다.
2. 나와의 싸움을 통해 향상된 수치를 원하는 만큼 높게 표현합니다.
3. 신규 고객보다는 기존 고객들이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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